2010년 여름이 끝나고 대표팀에서 물러난 허정무 감독은 인천 유나이티드와 새롭게 만났다. 이는 굉장히 파격적인 행보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사상 첫 원정 16강에 성공한 감독이, 빅클럽이 아니라 시민구단 감독직을 승낙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후 인천의 행보를 지켜보면 허정무 감독과 인천의 만남은 해피엔딩이 되지 못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허정무 감독도 월드컵이 끝나고 몇몇 클럽의 구애를 받고 있었다. 당시 수원 삼성과 포항 스틸러스 감독 자리가 나면서 새 행선지로 유력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들렸지만, 허정무 감독은 파격적으로 인천과 손을 잡았다. 생각해보면 그의 선택은 클럽 규모만 작을 뿐 결코 무모한 도전은 아니었다. 먼저 4년이라는 계약 기간과 두둑한 몸값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성적에 덜 민감하고 인천이라는 구단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확실한 권한도 부여받았다.
송영길 구단주와 인천 유나이티드는 구단의 재정적인 미래를 생각했을 때 허정무라는 유명한 인사를 영입하는 것이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스폰서 유치가 구단의 미래와 직결되는 상황에서 확실한 카드를 쥐려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은 허정무 감독의 순수한 능력과 인천 구단의 장기적인 목표와는 다소 동떨어진 판단이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허정무 감독이 K리그에서 어떤 성적을 냈는지, 어떤 축구를 시도했는지는 인천의 고민 사안이 아니었을 것이다.

K리그에서 경쟁력을 보이기에는 전력이 미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천은 능력 있는 선수들을 넉넉히 영입할 수 있는 클럽이 아니다. 있는 자원을 가지고 예상치 못한 변화를 만들어 내는 모습, 그것이 인천에 어울리는 좋은 감독이 보여줘야 할 첫째 능력이다. 슈퍼스타를 잘 꿰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감독 유형도 있다. 전자도 후자도 모두 좋은 감독이라 부를 수 있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은 과거 포항과 전남에서 어느 쪽에도 부합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클럽에 중요한 것은 성적과 확실한 색이다. 팀 성적이 바닥을 치면 마케팅도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인천과 허정무 감독의 만남이 잘못된 가장 큰 이유다.
허정무 감독은 지난 시즌 팀 성적 부진에 따른 팬의 항의를 피하지 않고 대화로 풀어갔다. 이는 상당히 바람직하고 팬의 믿음을 살 수 있는 좋은 결정이었다. 다만 선수 구성에 따른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았다. 김정우, 김남일, 이천수 등 경험이 많은 선수는 당시 인천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선수들이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이런 선수들을 영입하고 싶다는 이야기는 겉보기에 책임의 일정부분 이상을 구단에 떠넘기는 것이다. 감독은 구단의 재정규모를 생각해 가능성 있는 선수들의 영입을 타진해야 한다.
과거 부산 아이파크를 이끌었던 스위스 출신의 앤디 이글리 감독은 에이전트들에 원하는 선수 영입 리스트를 돌렸다. 대상 선수들은 당시 국가대표 혹은 몸값이 무척 높은 선수들이었고 이적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했다. 이런 계획은 올바른 계획이라고 볼 수 없고 감독이 제대로 된 능력을 발휘한다고 판단하기 어렵게 만든다. 예컨대 스페인 하부 리그 클럽 감독이 '리오넬 메시나 크리스티아노 호날두 영입을 원해요.'라고 한다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영입이 불가능한 선수들을 데려오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은 애초부터 자신은 팀을 단단하게 만들 수 없다는 이야기와 같다. 없는 돈을 찍어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천은 이번 시즌 설기현과 김남일을 영입하며 베테랑 선수들을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두 선수는 인천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지만 두 선수만으로 K리그에서 경쟁력을 보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나머지 선수들이 두 선수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팀의 균형이 더 어긋나는 상황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그리스 리그에서 4시즌 동안 10골을 터트린 호주 공격수를 믿는 것도 불안하기만 하다.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은 절대 허정무 감독에 변명이 될 수 없다. 그는 인천의 지출이 아깝지 않음을 보여야 하고 전력을 떠나 경기장의 뱃고동 소리처럼 확실한 색을 칠해야 한다. 인천과 허정무 감독의 만남은 잘못됐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No comments:
Post a Comment